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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 만들기 #1

이 블로그 만들기 #1

이 블로그의 기획 이야기


프론트엔드 개발자들의 숙명

아마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두 부류로 나뉠 것 같다.

  • 자신만의 블로그 개발을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
  • 이미 개발한 사람.

많은 직업을 경험해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직업군에 있다가 넘어온 사람인 입장에서 보면 다른 직군들보다도 유독 개발자들은 자신의 지식을 정리해서 남기고 공유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비율이 높은 것 같다. 덕분에 입문자들은 뭔지도 모르고 컴파일하다가 뜬 알 수 없는 에러들을 구글링하고, 다른 누군가가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예전에 걸었다는 사실에 안도감도 느끼고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으며 언젠가는 자신도 남들에게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아니라고? 뭐, 적어도 내 경우는 그랬다.

두 번째 블로그

사실 나는 이전에 블로그를 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나름 헤비하게.

여전히 애착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의 네이버 블로그는 글을 안 올린지 한참인데도 아직까지 매일 2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들어오고, 글을 작성하고 있는 현 시점 총 방문자 수가 100만명이 넘을 정도로 꽤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블로그이다.

다루는 주제는 대학생 때 한창 내가 좋아했던 것들. 재즈 피아노, 서양 미술사, 철학 등이었다. 이 모든 것을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은 블로그 주인장인 나뿐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각각의 주제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많이 있었고 덕분에 계속해서 유입되는 독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열심히 공부하며 글을 쓴게 쌓이고 쌓였다.

블로그를 하면서 분명히 느낀 것이 있었다 : 남에게 알려주는 것은 본인에게 최고의 학습 방법 중 하나이다.

남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글을 쓰려면 나부터가 아주 정확히 개념에 대해 알아야만 했고, 나만의 언어로 풀어쓰고 이걸 계속 퇴고하고, 쓰고 나서도 오탈자가 있는지 확인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다시 글을 읽는 과정에서 당시 블로그에 썼던 지식들은 현재까지도 꽤 많은 부분이 내 머릿속에 남았다.

이런 블로그 경험이 있었기에, 개발자로 전향하고자 결심할 때도 글을 많이 쓰고 공유하는 직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 영향을 미쳤다.

새로운 시작

하지만 이렇게 블로그 경험이 있다고 새로운 블로그도 바로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가 되어 개발 블로그를 만들려다 보니, 지식이 짧았다. 다른 개발자들의 블로그에 있는 글들의 수준에 미칠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당장 깊이 있고 좋은 글을 쓸 자신이 없다고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실력이 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 Til(Today I Learned) 블로그였다. 그날 그날 배운 내용들을 기록하는 형태의 블로그는, 기본적인 개념을 탄탄히 다지게 될 기회도 되고 나중에 같은 길을 걷게될 다른 이들에게도 새로운 관점의 설명을 제시함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찾아본 Til 블로그들은 뭔가 아쉬웠다. 배운걸 정리하는 것까진 좋은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는 블로그는 아무래도 개발자 블로그라고 하기엔 부족해보였다. 좀 부족하더라도 내가 만나게 된 문제들을 정의하고, 이것들을 분석해서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은 무엇보다 내게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 그러면 개발 블로그도 넣어보자.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하는거 아니겠는가.

또 넣을게 있나?

그렇게 무심결에 한 이 질문은 이후 2주간의 행복하면서도 힘든 시간을 주었다.

이것도 넣고, 저것도 넣고...

예전에 블로그를 했을 때 또 하나 했던 것은 리뷰였다. 전시도 보고, 음반도 감상하고, 독서도 하다보면 하고 싶은 말이 늘 생겼다. 그래서 리뷰도 넣기로 했다.

또,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려고 하는데 어떤 지식들은 체계적인 강의나 책에 있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서 읽은 글, 유튜브 영상에서 본 내용도 있었다. 이런 경우들은 내가 생각하던 공부 탭에 모으기가 쉽지 않을것 같았다. 그래서 따로 스크랩 탭을 만들기로 했다.

블로그 탭, 공부 탭, 스크랩 탭, 리뷰 탭 외에 Til을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생각해둔게 있었다.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들에서 주로 커리어를 보여줄 때 나무 형태로 생긴 컴포넌트의 양쪽에 가지가 달리며 내용이 나왔던게 있었는데, 그 형태가 마음에 들었고 매일매일 나뭇잎을 심는다는 느낌이 좋을것 같아 그렇게 따로 탭을 파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공들인 사이트를 그냥 블로그로만 쓴다고? 어차피 개발자 포트폴리오 웹사이트가 필요하다면, 굳이 따로 만들게 아니라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개발자이고, 어떤 부분에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해야한다면 그냥 포트폴리오도 포함해도 되지 않을까? 포트폴리오 웹사이트는 보통 Single Page Application이니 홈 화면을 만들어 대체할 수 있을것 같고...

그렇게 결정된 방향, 포트폴리오 + 블로그 + Til

그렇게해서 이 블로그의 방향이 잡혔다. 무려 포트폴리오 + 블로그 + Til이고, 블로그는 개발 + 예술작품 리뷰, Til은 인터넷 강의 + 책 + 독학 + 스크랩이라는, 단순한 Til 노트 정도하는 블로그에선 한참 멀어진 그런 블로그가 된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정말 나만의 개인 웹사이트를 만든다고 생각하니 아주 신난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기획이 완성되어 기술 스택과 디자인으로 고민거리를 옮겼다...

이 블로그 만들기 #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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